아시아선교대회 2017 참관기
보고인 / 안홍철 사무총장.
2017년 10월 11-17일 미얀마 양곤에서 아시아선교대회(AMC: Asia Mission Conference)가 개최되었다. 아시아기독교교회협의회(CCA: Christian Conference of Asia)가 주최한 이번 아시아선교대회는 1994년 서울대회 이후 23년만에 열리는 대회로, CCA 60주년 기념예배와 함께 치러졌다. 아시아 현장에서의 선교적 도전과 과제에 대해 아시아 각국에서 온 600여명의 기독교인들이 토론하고 친교하는 풍성한 자리였다.
1. “걸림돌과 걸려 넘어지는 반석”(롬 9:33)
이번 대회의 주제는 “상생의 여정: 아시아에서 진리와 빛을 향한 예언자적 증언”으로 아시아의 상황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진리와 빛으로 고백하는 기독교인들이 어떠한 예언자적 증언을 통하여 상생의 여정을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논의하는 공론의 광장이었다. 그러나 예언자적 증언은 양날의 검과 같은 것으로, 교회가 세상을 향해서 외치는 어떤 것인 동시에 교회의 왜곡된 현상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사회에 대한 예언자적 증언 이전에 어떤 사람이 말한 대로 “십자가 정신이 십자군 정신으로 변한” 교회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우리 교회에 대해서도 기꺼이 “걸림돌”이 되어 주실 것이다.
2. “주께서 내 마음을 넓히시면”(시 119:32)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하는 선교가 우리의 선교가 아니고 교회의 선교도 아니고, 하나님의 일에 참여하는 하나님의 선교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기 위해 진리와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어떻게 더 잘 알 수 있을까? 또한 우리는 하나님의 선교가 구체적으로 실행되는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과 갈등의 이야기를 어떻게 더 잘 들을 수 있을까? 예수님은 우리들에게 진리와 빛을 증언하기 위해 오셨다고 말씀하신다(요 8:12, 14:6, 18:37). 그러기에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의 마음을 넓혀주셔서 주님의 빛 안에서 진리에로 나아가고 사람들이 겪는 고통 앞에서 진리와 빛을 증언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3. “도리어 섬기려 하고”(막 10:45)
필리핀 찬송에서는 이렇게 노래한다. “이 시대에 우리의 노래가 어떻게 찬송이 될 수 있는가? 삶의 멍에는 무겁고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무관심한데. 돈으로 살 수 있는 생명이란 얼마나 값싼 것인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그러나 다시금 이렇게 노래한다. “하늘의 주여, 우리의 눈을 열어주시고 우리의 꿈들이 비처럼 내리게 하소서. 우리의 희망을 더 밝게 하시고 우리의 믿음을 지켜주소서.” 서로의 고통과 슬픔에 점점 더 무뎌지는 이 시대에 우리는 사람들이 삶의 자리에서 겪는 고통에 대한 민감한 관심을 갖고 그들을 섬기기 위해 좀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섬기는 그 삶의 자리에서 우리는 “도리어 섬기러 오신” 주님을 더 가까이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4.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눅 10:37)
그렇다면 우리 섬김의 현장은 어디인가? 예수님은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고 하시는데 그 섬김의 현장은 어디인가? 아픔과 고통이 있는 곳, 강도 만나 거의 죽은 사람이 있는 곳, 네가 있는 곳이 우리의 현장이다. 내가 가는 곳이 현장이 아니라 내가 섬길 네가 있는 곳, 그곳이 진정한 섬김의 현장이다. 아시아선교대회에서는 우리를 아시아라는 섬김의 현장으로 인도한다. 식민통치의 질곡이 있는 자리, 군부독재의 어두움이 있는 자리, 빈곤과 질병이 만연한 자리, 세계화와 금융자본주의의 모순이 드러나는 자리, 그곳이 아시아이다. 약한 아시아는 또 다른 아시아의 연대와 협력과 지원을 필요로 한다. 아시아에서 나는 또 다른 나인 너를 만난다.
5. “내 백성을 위로하라”(사 40:1)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을 위로할 책무를 지닌다. 고통당하는 사람을 위로한다는 것은 고통을 주는 권력과 세력에 맞서 예언자적 증언을 하는 것이다. 강도 만난 사람을 섬기는 사마리아 착한 사람의 또 다른 책무는 사람을 때리고 억압하는 강도들과 악한 세력들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담은 예언자적 증언이다. 우리가 예언자적 증언의 책무를 갖고 위로해야 할 선교의 영역들에는 신음하는 창조세계(기후변화, 생태계 위기), 이주하는 사람들(이주노동자, 망명자, 이재민, 인신매매), 배제되고 소외된 자들(여성, 아이들, 원주민), 사회정의(빈곤, 금융자본, 디지털 정치), 종교적 관용(종교간 화합, 근본주의 대응), 지정학적 혼란에서의 평화운동(국토분쟁, 핵무장화, 천연자원 쟁탈전) 등이 있다.
6.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빌 2:8)
아시아의 산적한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십자가의 영성으로 다시 돌아가서 십자가의 영성을 우리의 삶에서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만물과의 통일을 이루신 분이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시며, “둘로 하나를 만드사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엡 2:14) 온갖 차별과 배제와 소외를 폐하신 분이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영성을 체화하며 고통 받는 사람들과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의 자리에로 우리를 부르신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책임적으로 응답해야 한다. 십자가는 우리를 세상과 연결시켜 준다.
7. “다른 가까운 마을들로 가자”(막 1:38)
아시아선교대회의 선교적 주제들은 현재 우리 교회가 실행하고 있는 선교적 실천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고 전체적이다. 그러기에 어떤 주제들은 우리 교회의 선교적 역량으로 온전히 다 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가까운 마을들로 가서 가르치시고 전파하시고 고치신(마 9:35)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우리들도 하나씩 하나씩 선교 현장을 더 찾아나가고 선교적 주제를 확장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는 우리더러 “일어나라 함께 가자”(마 26:46) 하시며 함께 길을 나서라고 말씀하신다. 아시아적 상황에서 아시아의 교회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상생의 여정을 떠나면서 진리와 빛을 향해 예언자적 증언을 해야 한다. 그 길의 종착점은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마 6:10) 하나님의 나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