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온 선교편지
오영환 목사(한아봉사회 미얀마 협력선교사)
안녕하십니까? 미얀마 양곤에서 문안드립니다.
11월의 한국은 엄청 춥다고 들었습니다. 여기는 많이 덥습니다.
약 20여 년 전 양곤시내에 큰 화재가 있었는데 이때 정부에서 화재로 인한 이재민들을 정부에서 외곽지에 싼 값에 땅을 분양하여 이재민들을 거의 억지로 살게 한 지역이 바로 세무송 지역입니다. 여기는 바람이 많고 완전 들판이라 소외받은 지역임이 물씬 느껴지는 곳입니다.
이 지역은 지하수를 파면 물속에 소금기가 많아 바로 먹을 수가 없고 3-4일을 받아 두었다가 염분이 빠진 다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깊이 파면 물이 좋다고 합니다. 이재민들은 세무송 마을에서 변변한 살림살이나 가재도구 없이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이재민들이 정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에 공단이 하나 생겼습니다. 오래전 우리나라에서는 공단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공순이라 비하하여 칭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세무송 지역에는 동민의 80%가 공단에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 덕분에 세무송 교회에는 유아원이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맡겨놓고 공장에 출근하기 위함입니다. 이 지역은 기독교인이 한명도 없고 교회는 물론 아예 없는 지역입니다.
특이한 것은 이 지역의 아이들 어머니의 연령은 대부분 18세에서부터 23세 정도랍니다. 아주 젊어서, 아니 어려서 아이를 갖게 된 엄마들이지요. 이 세무송교회에는 피에다 라는 교역자분과 스웨이지 라는 사모님이 사역을 하고 있는데, 이 전도사님 부부 사이에 3명의 자녀가 있습니다. 아주 열심히 사역을 잘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건물의 위치가 저지대여서 우기철만 되면 물이 정화조 안으로 들어가 다시 그 물이 밖으로 나와서 주변 전체가 오염되고 있어서 좀 큰 수리를 하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번에 걸쳐서 화장실 수리를 하였지만 근본적으로 흙을 북 돋우어야만 하는 작업이라 제대로 된 수리는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흙을 북 돋우면 집의 기둥도 약 40Cm정도를 들어 올려야 하기 때문에 좀 큰 일이랍니다. 기도 부탁을 드립니다.
참고로 이 지역은 차가 지나가는 도로는 일반 집보다 높이 있기 때문에 우기가 되면 흙을 돋우지 못한 가옥은 침수되거나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많아 호흡기 질환이 생기는 등 위생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흙을 부어 땅을 돋운 다음에 집을 짓는데 가난한 가정은 그럴 돈이 없어서 바닥을 나무 등으로 고아서 바닥이 뜬 상태로 집을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세무송 교회에는 이제까지 전기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기가 숙원사업이기도 하였습니다. 밥을 할 때마다 장작불로 밥을 한다는 것이 보통 힘이 드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건기철에는 그 나마 주변에 땔감을 구할 수가 있으나 우기철이 되면 땔감 나무도 돈을 주고 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정부에서 이 지역에 전기를 주었습니다. 참 기다리고 기다렸던 일입니다. 우선 전신주 세우는 것은 같은 길에 위치한 여러 집에서 평등하게 똑 같이 돈을 내야합니다. 집이 좀 큰 세무송 교회는 약 3배를 냈습니다. 그리하여 아무튼 이제 전신주는 세워졌습니다. 얼마 전 계량기까지 받아 설치를 완료하였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실내 공사만 남았습니다. 전등 약 10개와 콘센트 약 5개 정도만 달면 됩니다.
전신주에서 집안에 계량기를 다는 일은 정부 전기회사(한전)가 하게 되어 있는데 하루 종일 걸려서 일을 마첬습니다. 또한 전기관공서에 가서 계량기를 지급 받는 일에도 하루 종일 걸려서 계량기를 받았습니다. 미얀마는 정부 관공서와 관련된 일은 어느 관공서이든 민원인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계량기 하나를 돈을 주고 사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하루 종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해서 힘겹게 받았습니다.
미얀마는 50여년 동안의 오랜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2015년에 민주적으로 정권이 이양되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현재 미얀마 국가고문의 자리에 있는 아웅산 수치 여사가 있지요. 그러나 미얀마가 민주화로 가는 개방을 하기는 하였으나 아직도 공무원 서비스는 엉망입니다. 미얀마에 오래 살아온 제가 아직도 미얀마를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러나 요 며칠 하루종일 짜증스러웠습니다. 참고로 미얀마에 약 20여년 살면서 거의 10년 세월은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그냥 기다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나저나 그래도 이제 전기가 들어오니 이게 천국입니다. 미얀마 3중고는 물 없고, 전화 고장나고, 전기 안 들오는 것인데…… 이제 전기가 들어 왔으니 세무송은 천국이 되었습니다. 아직 실내공사를 하지는 않았으나 며칠 뒤 실내공사를 마치면 이제 장작 나무 불 때는 아궁이를 없애도 됩니다. 전기 밥솥으로 밥을 해도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는 연기로 인하여 집이 많이 더러웠었는데 이제 좀 깨끗한 교회가 될 것 같습니다. 밤에도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은 오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 불 땔 때 사용하는 부지깽이는 버리고 전기 밥솥과 전기스토브를 이용할 것입니다.
맨날 하루종일 전기가 들어오는 한국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맛이 있습니다. 전기의 맛입니다. 기만 들어 와도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고 바로 즉시 천국이 됩니다. 천국이 별거이겠습니까? ….. 전기만 잘 들어와도….. 천국입니다.
전기가 잘 들어오는 한국에서 신앙생활을 하시는 한아 가족 여러분! 전기를 감사하게 생각하십시다. 전기 잘 들어올 때 전도도 열심히 하십시다. 전기 잘 들어 올 때 신앙생활 잘 하십시다.
저는 이번에 세무송교회 성도님들이 전기가 들어와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제 자신은 참 많은 회개와 반성을 하였습니다. 별것 아닌 것에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 하나님께서 정말 기뻐하실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더 큰 복이 와도 기뻐하지 않는 나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주여! 용서하옵소서!!!!!!!!!!
전기! 파이팅! 할렐루야! 감사합니다.
2017년 11월 28일 미얀마 세무송에서 오영환 드림